수석 취미/수석 이야기

一石一思 - 남해산 수석의 윙크

정의&자유 2007. 5. 25. 10:07

一石一思 - 남해산 수석의 윙크

2007년 5월 25일



석명: 윙크, 크기: 9x9x4, 산지: 남해


지난 1월 난생처음으로 남해도 여행을 하면서 함께 간 일행들과 남해 돌석이네를 들르게 되었다. 간혹 월간수석 지에서 세월 먹어 강 돌처럼 움푹움푹 패인 해석을 보곤 했었는데 돌석이네는 그런 남해산 해석이 많이 보였다.

필자는 이곳에 오기 전에는 해석에서 패인 돌은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문양과 함께 편편한 다른 해석들에 비해 해석이 깨끗해 보이지 않아서이다. 그런데 패인 해석으로 재미난 인물석들을 보고는 조금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해석이 산지 고갈로 요즈음은 귀하다고 한다.

마침 돌석이네를 방문한 기념으로 누군가 자루 탐석하자고 바람을 잡았다. 그리고는 멀리서 왔으니 좋은 돌 좀 내놓으라고 사장님께 부탁을 한다. 사장님께서 남해산 해석을 가져와서 바닥에 깔아 놓으셨다.

보니 벌써 남쪽 여행이 2박 3일째라 다른 일행은 구입할 의사가 별로 없는 것 같고 두 분만이 조금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필자도 구입을 잘 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곳에 와서 탐석해 보고는 자탐해서는 좋은 돌을 탐석할 수 없고 또 이렇게 먼 남해까지 다시 올 수 없을 것 같아 아쉬움을 달래려고 필자도 돌 풀어놓은 곳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그곳 돌무더기에는 옥석계열로 양석이 아주 잘된 해석 하나가 필자의 눈에 확 들어왔다. 모암은 좋지만 아마도 내용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 고민하다가 다시 그곳으로 쫓겨간 것 같다. 너무 양석이 깨끗이 잘 되어 있고 패여서 어떤 문양을 만들고 있는데 그렇게 깊이 패이지도 않아서 꼭 필자 타입이었다.

여러 점 구입할 것도 아니고 해서 일단 그 한 점을 손에 넣고 작은 얼과 공백이 있는 부분을 밑으로 가게 해서 계속 살펴 보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도 다분히 추상적이었다. 그래도 그곳의 다른 돌들과 비교해서는 필자에게 그 돌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패인 세 부분의 문양을 자세히 보니 가운데 작은 흰 부분에 사람 문양이 나와 그냥 추상 문양의 사람으로 보던가 또는 세 문양을 철학적으로 天人地를 상징하는 추상 그림으로 보려고 그 돌을 구입하였다.

모텔에서 일행들에게 보여주며 어떻게 볼 것인가 의논을 하던 중에 석우 한 분이 거꾸로 보면서 윙크하는 미소로 보면 딱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필자도 꺼꾸로 들어서 보니 한 쪽에 짧게 얼이 간 것이 눈을 감은 것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어차피 눈을 감은 것을 표현하려면 직선이 필요하고 눈에 거슬릴 수 있는 얼도 그림의 한 부분이 되어 전체적인 그림의 이미지도 좋아져서 모두 그게 좋겠다고 한다. 나중에 좌대를 제대로 하고 들여다 보니 정말 좋다. 돌도 깨끗하고 그림도 좋았다. 

이 해석을 보고 있노라니 옛날 생각이 난다. 필자는 서울 마포에서 살았는데 우리 집에 커다란 포풀라 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그 나무 그늘서 필자는 종종 동네 바둑을 두곤 하였다. 바둑을 두다 문득 고개를 들어 지나가는 행인을 보고 있노라니 예쁘게 생긴 여자아이가 필자를 보고는 살짝 윙크를 하며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한창 혈기왕성 하던 젊은 필자는 그때 바둑을 두다가 얼마나 정신이 혼미하였던지..., 그 느낌이 너무 강하여 기억력이 약한 필자임에도 오래된 그 때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ㅎ. *^^*  참 남자는 어쩔 수 없나 보다. 

여자들이 자존심이 있어서 그렇지 아마 세상에 여자들이 적극적으로 남자 꼬시기를 한다면 안 넘어 가는 남자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다행히 신은 주로 남자들이 여자를 꼬시게끔 만들었고 여자들이 까다로워 새침하게 튕기게끔 하여 남녀간 짝짓기가 무질서하게 성사되지 않게 해놓았으니 그나마 천만다행이다.

내 앞에서 윙크하는 남해산 해석, 어째 그 때의 기억도 함께 생각나는지 모르겠다. 가만 보니 뺨에 작은 보조개까지 있다. 젊을 때 보조개 있는 여자 아이가 웃어주면 완전히 마음이 요동 쳤다. 그리고 섹시하게 또는 푼수기가 있게 입을 벌리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콧대 높은 여자는 쌀쌀 맞기 때문이다, 지금은 젊었을 때의 열정도 윙크하며 지나가던 예쁜 소녀도 단지 오래된 낡은 추억일 뿐이다. 그러나 수석에게 윙크를 당하니 비록 젊었을 때의 설렘은 없어도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다. 윙크에 약한 남자의 마음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