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사는 이야기

황당한 문자 경험

정의&자유 2009. 7. 16. 17:29

 

  황당한 문자 경험

2009년 7월 16일 

 

명퇴를 당하고 개인적인 이유로 제2의 직업도 포기하며 완전히 현직에서 은퇴하니 아무래도 최일선의 신기술과 최첨단 문화에 뒤처진다. 이젠 현직에 있는 사람들이 세상 살림 잘 해나가겠지 하고 어쩔 수 없이 맡기고는 있지만 여야 현직 의원들은 15일 저들 나름대로 열심히 하겠다고 이 복더위에 밤잠을 설치며 대치하는 상황에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나온다.

현직에서 물러나니 컴퓨터, 휴대전화 등 최첨단 가전제품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저 소비자 선에서 접하여 느낄 수 있는 정도다. 그나마도 휴대전화는 우리 나이에 전화를 주고받고 나아가 문자 보낼 수 있으면 충분하다.

그런데 최근 문자관련 황당한 경험을 하였다. 어제 15일 일산에 거주하는 지인의 댁을 방문하고 오는 길에 문자가 수신된 것 같아 확인하니 보통의 문자와는 달리 작은 글씨에 내용이 긴데 욕이 잔뜩 쓰여 있었다. 처음 당하는 일이라 일견 황당하나 작은 글씨고 이동 중이라 나중에 확인하려고 휴대전화를 닫았다.

그리고 조용한 곳에서 다시 확인을 하려니 어? 문자가 사라졌다. 정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직에서도 물러나 있고 원한 살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이 무슨 해괴한 일이지? 라고 생각하며 꺼림칙하지만 어쩔 수 없이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막 잠자리에 든 12시 반경 또 문자가 와 비슷한 내용이라 잠자는 중이라 할 수 없이 다음날 확인하기로 하고 그냥 잠자리에 들었다. 궁금하여 조금 설쳤지만 바로 잠들었다. 그러나 오전에 휴대전화를 확인하니 역시 문자가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한참 생각하다 꺼림칙하니 일단 추적하여 조사하자고 마음먹었다. 어떻게 수신되었던 욕 문자를 확보할 것인지, 확보가 되면 어떻게 대응하고 잘 해결 안되면 사이버 수사대에 의뢰할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도 필요하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먼저 인터넷을 뒤졌다. 발신자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은 욕 문자는 자신이 해당 이동통신사 지점이나 본사에 가면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 경우도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산 지점에 가서 확인하기로 하였다.

밖은 복 날씨라 햇볕이 무척 따가웠다. SKT 지점에 가니 직원이 필자가 이야기하는 것을 잘 듣고 있다가 그럼 다른 곳에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컬러 문자 함을 알려준다. 문자 내용이 길면 그곳에 보관된다고 한다. 필자는 문자를 하면서 이런 기본적인 기능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ㅎ.^^

휴대전화를 샀을 때 인내심 있게 설명서를 한번 읽어는 보았지만, 사용 가능성이 있는 부분만 읽었지 사실 컬러 문자는 필자와 무관할 것으로 알았다. 내용을 확인해보니 돈을 빌려 주었는데 갚지 않아 재촉하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밤새 문자가 더 왔었다.

돈을 갚으라는 내용보다 욕이 더 많고 깨알 같은 문자에 잘 보이지도 않아 필자의 눈에 욕 문자로 보였을 뿐이다. 그분이 건설업에 종사하는 분인데 경기가 어려워 빌려준 돈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돈을 빌린 사람은 더 어려울 테고 자연 갚지 못하는 것 같다.

필자가 현직에서 물러나 있으니 경제적으로 손해를 끼칠 일도 없고 채권 채무 관계도 생길 수 없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채권 채무관계도 없고, 돈 생기는 일이 아니어도 열폭하여 댓글에 욕을 막 해대는 경우는 있어도 우리 세대에서는 드물고 또 이분은 사업하는 분이라 꼭 필요하지 않은 일에 시간과 노력을 빼앗길 사람도 아니다.

결국, 잘못 보낸 문자인 것 같다. 그래서 보낸 분에게 전화하니 오랜만이라 반갑다는 반응이다. 그리고 필자가 이상한 문자를 어제부터 받았다고 내용을 이야기하니 아! 문자가 그리 갔느냐고 하면서 전화번호를 잘못 찍은 것 같다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며 미안하다고 한다. 그러며 나중에 만나면 술 한잔하자고 한다.

복날 한여름의 에피소드이지만 허탈하다. 빌려줬다는 기천만 원이라도 만져보고 욕이라도 들었으면 몰라도 아무튼 황당한 경험이었다. 집으로 오는 길의 햇빛은 왜 이렇게 따가운지 모르겠다. 최근 확장된 오리로 옆에는 철 이른 코스모스가 한창이다. 하! 수상한 세상 코스모스도 계절을 잊었나 보다.

 

 


오리로 길가의 코스모스

복날 때 이른 코스모스가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