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一石一思 - 부부원앙(그림돌은 역시 구도가 좋아야)
2009.9.18.

석명: 피노키오, 크기: 4x8x2, 산지: 병곡
코가 큰 피노키오가 원망스러운 듯 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물 양석, 빌린 좌대)
9월 16일 신촌수석회 회원들이 필자의 집을 방문하였다. 정탐 일이 추석이라 일정 조정이 불가피한데 만나 이야기 나눌 장소가 마땅치 않아 광명 수석가게도 들를 겸 하여 필자의 집에서 필요한 회의를 하고 몇 군데 수석가게를 들르고 나서 오리를 먹기로 하였다.
당연히 회의 이외에 많은 석담이 오고 갔다. 그 중 동해안 병곡 산지에 김 회장이 잠시 들렀었던 이야기가 나와 필자가 소장하던 몇 개의 수석을 갖고 나와 회원들에게 산지 석질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런데 병곡 고래불에서 탐석하였던 피노키오를 보면서 이 돌은 모암이 잘 나오지 않는 병곡에서 어렵게 그나마 모암도 갖추고 문양도 있는 것을 탐석한 것이나 썩 마음에 들지 않고, 납작하여 책장을 얹어놓는 문진석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하였다.
필자가 피노키오라고 하니까 회원들이 보고 그것보다는 꽁지 머리를 한 여인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사실 필자도 처음에는 꽁지 머리 여인으로 보았는데 앞이 너무 답답하여 다시 연구하여 피노키오의 코가 큰 점에 착안하여 피노키오로 재해석한 것이다. 그러면 앞이 조금 덜 답답해 보인다.
그래도 애착이 가지 않았던 것은 돌이 세로로 길어서 시야가 좁은 것이 불만이다. 거기다 납작하여 납작한 돌을 세워야 한다는데 심정적으로는 별로 내켜지지 않았던 것 같다. 대나무라면 시야가 좁아도 세로로 그릴 수밖에 없으므로 세로 그림이어도 좋을 것이다. 만약 혼자 서 있는 사람이라면 예수나 달마처럼 유명인이나 아름다운 여인이라면 또 몰라도 피노키오를 세우려니 별로 마땅치 않았다.
그런데 임 사장께서 옆으로 뉘어 보더니 새 두 마리라고 말씀하신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보니 새 두 마리라면 여백도 좋고 구도도 좋고 모암이 잘 나오지 않는 병곡 돌에서는 이 정도면 괜찮은 해석이었다. 갑자기 문진석에서 해석으로 품격이 급상승하는 시점이다.
석인들은 문양석을 자기가 선호하는 그림 순으로 보게 된다. 필자는 먼저 산수화를 보고 다음 인물 그림을 본다. 물론 모암이 좋았다면 다양하게 해석하려고 연구하였을 텐데 쉽게 포기하였나 보다. 역시 문양석은 여러 사람이 같이 해석하면 더 좋은 해석이 나오는 것 같다.
문양석에서 사진처럼 딱 떨어지는 그림은 자연에서 어렵다. 문양석에서의 그림은 어차피 얼마간은 추상성을 띄게 되고 석명을 설명해서 이해가 안되면 곤란해도 이해가 된다면 적당한 석명으로 받아지게 된다.
어차피 꽁지 머리 여인, 피카소, 새 두 마리로 각각 볼 수 있는 해석이었는데 여기서는 새 두 마리로 봐야 구도가 좋다. 또 이 문양석은 모암이 통통하다면 세워서 보아도 좋겠지만 납작하여 눕혀서 보는 것이 더 좋은 돌이다. 그래서 이 해석의 석명을 피노키오에서 부부 원앙으로 고쳐 지었다.

석명: 부부원앙, 크기: 8x4x2, 산지: 병곡
한 쌍의 부부 원앙이 데이트를 하고 있다. (기름 양석, 빌리 좌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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