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밴쿠버 동계 올림픽 영광과 과제
2010.3.3.
17일간 달려온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이 3월1일 폐막식을 끝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과 은메달 각 6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당당히 5위를 기록하였고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이다.
동계 올림픽은 하계 올림픽과 달리 열대지방 등 눈이 없거나 경기 시설이 없는 나라에서는 훌륭한 선수가 나오기 어려운 경기 종목이라 하여도 세계 5위라 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에서 세계 7위를 한 것을 보면 누가 뭐라 해도 이제 한국은 스포츠 강국이다.
이번 동계 올림픽은 이전 올림픽보다 김연아의 피겨가 있어 국민의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초반 SBS 단독 방송으로 별 흥행을 타지 못하다 설날 1,500m에서 이정수 선수가 금메달을 획득하며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시작하였고 500m 스피드스케이팅에서 16일 모태범 선수의 금메달 획득, 17일에는 이상화 선수의 금메달 획득으로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일부 종목에서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과 피겨스케이팅에서는 심장이 멎는 듯한 긴장과 스릴 그리고 환상의 연기로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무결점으로 경기를 마쳤을 때 우리 모두 우승이 예상되었고 김연아 자신도 무의식적으로 이루었다는 기쁨의 눈물을 보일 때 국민 모두 김연아와 함께 가슴 찡하며 감동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228.53점이라는 세계 신기록의 점수를 확인하며 환호하였다. 일본 마오 선수가 일부 실수하는 것을 보고는 안도하다 금메달이 확정되었을 때 다시 한번 기뻤다. 이상화 선수도 다른 종목에서는 김연아처럼 조명받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고 말한 적도 있지만, 경기를 보니 피겨는 4분여 동안 계속되는 아름다운 연기와 혹시라도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감이 사람의 마음을 긴장하게 하며 빨아들이는 흡인력이 여타 다른 종목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우리 국민은 김연아를 통하여 피겨를 알게 되었지만, 역사가 짧은 한국뿐 아니고 선진 외국에서도 큰 관심과 찬사를 보내주는 것을 보면 이는 피겨가 가진 매력이라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다른 종목도 잘했다. 육상 100m에 해당하는 남녀 500m 스피드스케이팅 우승과 아시아인으로 힘들다는 이승훈의 10,000m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우승도 놀랍다. 한국의 모든 선수의 선전에 격려 박수를 보낸다.
피겨스케이팅에서 물론 김연아는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인생을 걸며 노력하였겠지만, 그 결과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상을 높여 주었고 많은 국민에게 커다란 자긍심과 환희 그리고 즐거움을 주었다. 당시 국민 대부분이 김연아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다.
우리 선수들이 선전하여 최고의 성적을 올리고 금의환향한 것은 축하할 일이고 이제 차분히 돌이켜 보면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을 치르면서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스포츠 강국의 위상을 계속 유지하며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 해야 할 몇 가지 과제도 생겼다. 그 과제를 짚고 넘어가 보자.
1. 올림픽 종목의 다양화
한국은 그동안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서 토리노 올림픽까지 17개의 금메달을 따냈지만 모두 쇼트트랙에서만 나왔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스피드 스케이팅과 쇼트트랙 그리고 피겨 스케이팅 등 빙상 세 종목을 모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평창은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 신청을 세 번째 해놓고 있다.
동계 올림픽 유치뿐만 아니고 스포츠 강국으로 계속 유지하려면 설상 종목에서도 좋은 선수가 나와야 한다. 가장 빈약한 것이 연습장이 없다는 것이다. 연습장과 선수들을 발굴 육성하여 4년 후 8년 후를 대비해야 한다.
2. 빙상계의 파벌 다툼 해소
인터넷에서 빙상계의 파벌 싸움으로 쇼트트랙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고 비난이 일고 있다. 올림픽 대표팀에 4년 전 토리노 올림픽 남녀 3관왕에 올랐던 안현수(25)와 진선유(20) 선수가 배제되었다.
과거에는 2차례에 걸쳐 선수 선발전을 가졌으나 이번에는 1차례에 그쳤고 의도하였든 아니든 메달 획득 유망주가 선발전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여자 계주팀 구성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도 있다.
빙상 연맹의 파벌 싸움으로 불협화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차제에 빙상 코치의 권한을 축소하고 대한체육회에서 중립적인 인사로 감독을 선임하여 선수 선발, 선수 구성 등을 직접 관장하든지 하여 쇼트트랙 파벌 문제는 이번 기회에 어떻게든 해결하였으면 한다.
3. 특정 방송사 단독 중계 문제점 개선
예년과 달리 이번에는 올림픽 중계를 SBS 단독으로 중계하였다. 한쪽에서는 단독 중계라 비난하고 있지만, 필자는 오히려 좋았다. 우리 팀이 우승해서 좋기는 하지만, 너무 계속 반복해서 방송하여 지루할 때에 다른 방송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한 개 방송만 방송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다만, 단독 중계일 경우 방송사는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과제가 생겼다. 스피드스케이팅 제갈성렬 해설위원의 자질문제로 중도 하차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단독 방송을 유치하더라도 실황 중계가 아닌 취재는 제한 없이 타 방송사에서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 기자의 생명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인데 취재마저 막으면 독단이다.
더구나 SBS가 방송 3사와 약속을 어기고 단독 방송을 유치한 것도 방송사 간 신의를 저버린 것이다. 이번에 타 방송사에서 시합이 지나고 나서 동영상 일부를 방송한 것을 SBS 측에서 문제 삼고 있는데 방송통신 위원회의 조정이 필요하다.
또 SBS는 서울지역 방송사라 지방은 무선 방송만 시청하는 시청자는 볼 수 없었는데 국민의 보편적인 시청권이 확보되었는지 조사하여 문제가 있었다면 이 또한 함께 조정해야 한다. 2010년 6월 FIFA 월드컵 이전 조정 작업이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4. 정치 등 뒤떨어진 분야의 성장
해방 후 가장 가난하였던 대한민국은 60여 년의 짧은 기간에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고 그 파급 여파로 이제 스포츠 분야에서 세계 강국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우리 젊은 선수들이 큰일을 해낸 것이다. 자랑스럽다. 평화적으로 국력을 신장시키는 것은 경제 성장이 제일임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은 이제 발전을 시작하는 문화 분야나 외교 분야에서도 선진국의 수준으로 성장하였으면 한다. 특히 정치는 이제 겨우 민주화되었으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분야로 정치인과 국민 모두 노력을 가장 많이 해야 한다. 물론 이런 국력 신장이 남북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5. 점차 다양화되어가는 문화
언론에서 이번에 메달을 딴 젊은 선수들을 G 세대라 부른다. 자신이 하는 힘든 일을 즐기면서 한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승리 후에도 자연스런 세레모니와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도 밝고 편향되지 않아서 좋다. 역시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은 밝았다.
인터넷상에서 젊은 사람들의 비난과 불평만 접하다가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밝은 면을 보고는 대한의 젊은이들이 믿음직스럽고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G 세대를 한쪽 시각으로만 보는 것에 대하여 자신도 G 세대라며 자신들은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하다고 말한 글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는데 필자도 공감한다.
G 세대는 부정적 의미의 88세대란 이름도 가진 것처럼 실지로는 다양하다. 아마도 앞으로 우리나라는 출산율도 저조하고 외국인과의 결혼도 많아져서 다문화 가족 출신 선수도 생길 것이고 점점 더 다문화 시대로 접어들며 사회는 더욱 다양화할 것이다.
밝은 G 세대가 올바르게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선수선발은 물론 사회 각종 제도와 규칙은 투명하고 평등해야 하는 한편 비정규직 철폐 등 다양화 시대에 그늘진 곳이 없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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