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자유 2011. 9. 13. 18:41

 


♣ 수석과 색상

 

  물감의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문명도 발달하기 전 옛날 시대에 비하면 우리는 요즈음 칼라 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고 본다. 색의 분류 체계도 꽤 복잡해져서 색을 다 알지도 못한다. 그간 가까운 시대 변천사를 보아도 80년 12월 TV가 흑백에서 칼라 시대로 바뀌면서 우리의 의식구조도 흑백의 획일적인 문화에서 칼라 혁명에 따른 다양한 색상의 문화로 급속히 변화되었다.

사회는 또한 82년 중고생 교복 및 두발 자유화와 86년 아시안 게임, 88년 서울 올림픽을 통하여 규제와 억압의 시대에서 자유화와 세계화라는 급속한 물살의 흐름을 탔다. 사람들의 의식 생활도 점차 바뀌어 먼저 의류계통에서 칼라 혁명의 선두에 섰으며 곧이어서는 각종 생필품 및 가전제품 등 생활 전반으로 급속도로 확산하기에 이르렀다.

드디어는 가장 보수적인 자동차도 흑백 주종에서 다양한 색상의 자동차들이 출시되었다. 어쩌면 매일 같이 칼러 TV를 보면서 당연히 개인도 다양한 색상에 실지로 접해보고 싶을 것이다. 드디어 이러한 색상의 변화는 색에서 가장 보수적인 수석계까지 문을 두드리고 있다. 수석계는 강산석에서 그간 검은색과 갈색 계통의 짙은 색을 선호하여 왔으며 이것이 90년대 해석의 유행에도 초기에는 큰 변화없이 짙은 색 중심으로 계속 유지되었다.

물론 과거에도 색채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적옥석 등 짙은 칼라의 극히 일부 색상에 지나지 않았으나 남쪽 해안지대의 해석 붐에 편승하고 서해안 해석의 본격적인 개발로 수석에서도 색상이 다양한 칼라 시대로 접어들었다. 아직 강산석에서 밝은색에 대해 거부감을 보이는 보수적인 몸짓도 있지만, 수석에서도 다양한 색상으로 가려는 추세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음은 수석 색상에 대해서 필자가 그간 우리 수석문화가 변했으면 하는 것에 대하여 독자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색상 표기의 다양화

수석의 기본 요건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를 형태, 질감, 색상을 말하는데 이를 3요소라 한다. 그러나 수석의 3요소라 하지만 정작 우리가 중시하는 것은 형태나 석질이다. 요즈음은 인터넷으로 보여주는 시대가 되다 보니 질보다는 형태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수석장에 진열할 때 질감이 너무 떨어지면 금방 싫증이 나서 차츰 석질 좋은 것에 밀린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3요소의 색상에 대해서는 조금 소홀한 것 같다. 기껏 오석, 청오석, 청석, 초코석 정도다. 이는 이와 같은 색상의 석질이 단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색상의 수석을 수석인들이 오랫동안 선호하여 오고는 있지만 모호한 점도 있고 갈등도 있다.

가장 많은 수석인들이 선호하는 오석烏石에 있어서 한문으로 까마귀 오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옛날에 까치를 길조로 여겼고 까치가 많은 편인데 일본에는 까마귀가 많다. 오석에 까마귀 오자를 사용하는 것은 일본 수석 용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해서 그렇다고 하며 수석 용어를 우리 것으로 체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다.

우리가 오석, 청석, 초코석이라 단순하게 수석의 색상을 정의하여 사용해 왔지만 다른 분야에서 사용하는 색상 표기를 보면 수석계에서 사용하는 것처럼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실지 자색 한 계통만 보아도 자색(紫色), 자주색(紫朱色), 보라색(甫羅色), 홍람색(紅藍色), 포도색(葡萄色), 청자색(靑磁色), 벽자색(碧紫色), 회보라색(灰甫羅色), 담자색(淡紫色), 다자색(茶紫色), 적자색(赤紫色) 등 아주 세밀하게 구분해서 사용하고 색의 종류도 다양하다.

그간 우리 수석계가 오석, 청석, 초코석 등 몇 가지 색상 표기에 너무 경직되게 집착해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문제가 있는 오석이나 초코석 등의 색상 표기를 과감히 버리고 문을 활짝 열어 타 분야 (디자인, 미술계, 인터넷 등)에서 사용하는 보다 더 발전되고 체계화한 색상 표기를 도입 사용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색계(紫色界) 색이름표



색상 표기의 명확화

색상을 표기하는데 가장 애매한 것이 필자는 초코석이라고 본다. 우리는 흔히 갈색을 영문으로 브라운이라 하는데 어떤 연유에서인지 갈색의 석질을 초콜릿석으로 부르기 시작하여 아마도 초코석으로 줄여 불러왔다고 본다. 그러나 우리가 통칭 갈색이라 불러도 RGB 색상 코드표를 보면 색이 다양하고 브라운 brown(a52a2a)보다 초콜릿 chocolate(d2691e)이 약간 더 밝은 것을 알 수 있다.

암석의 색상도 갈색이라 하여도 다양하므로 뭐 여기까지는 그렇다 치자. 그러나 어떤 경우는 흑초코, 옥초코 등 다양하게 불리는 데는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이는 아마도 갈색의 석질 중에 강질의 수석이 많아 색상은 다르지만, 석질이 강해 보이면 요즈음은 대부분 초코라는 말을 붙여 사용하는 것 같다.

보통 갈색의 초코석에는 돌갗에 주름진 수석이 많다. 이런 수석 중에 마모가 잘되면 윤기가 흐르는 강질의 변화석이 많은데 수석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석질 중의 하나다. 더구나 층주 댐 담수 이후에는 초코석 산지가 대부분 수몰되어 매우 귀해졌고 남한강 하류에서는 찾기도 어렵다.

그러다 보니 오석이라도 세로나 가로 주름이 있고 석질이 단단하여 윤기가 흐르면 강질의 오석이라는 것을 표현하려고 흑초코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의미가 확대되어 주름이 없어도 오석으로 석질이 좋으면 흑초코라 하거나 주름도 없고 석질이 단단하지 않아도 갈색이면 초코석이라 불러 좋은 석질이라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이제는 누군가가 나서서 초코석에 대해 교통정리를 할 때라고 여겨진다.

같은 색을 보이는 암석이어도 암석의 구성 성분에 따라 암석의 강도는 다르다. 같은 색상이라 하여도 석질이 다양한 것이다. 예를 들면 녹색의 돌도 강원도 등에서 산출되는 녹색의 돌은 돌갗의 숨구멍이 커 석질이 약하지만, 거제 함목에서 나오는 녹색의 해석은 돌갗이 치밀하여 석질이 강하다. 필자 생각에 대부분 암석의 석질이 비슷한 것이 호피석이고 석질이 약한 것에서 강한 것까지 가장 폭넓은 석질의 분포를 보이는 것이 옥석이 아닐까 생각한다.

해당 산지의 호피석을 보면 대개 석질이 비슷하지만 옥석은 푸석한 개옥석에서 강도가 보석 수준에 이르는 옥석까지 석질이 무척 다양하다. 그래서 검은 돌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강질의 오석을 진땡이 오석, 보통의 석질을 오석, 좀 약한 석질을 묵석, 더 약한 석질을 묵회석이라 구분하여 부르기도 하지만 지역마다 다르고 다양한 암석의 석질을 몇 가지 색상으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시절에는 탐석한 수석을 설명할 때 형태와 질감과 색상을 말이나 글로 전해야 하기 때문에 수석의 색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해야 했지만, 요즈음은 인터넷에 올려 보여주면 되므로 굳이 색상 표기를 하지 않더라도 오석인지, 초코석인지 알 수 있다. 같은 색상이라도 석질이 강할수록 짙어지고 약할수록 옅어지며 물씻김이 되었을 때 석질이 강하면 돌갗이 매끄럽고 약하면 거칠다.

그러나 아무리 인터넷이나 사진으로 보여준다 해도 사진의 크기가 작고 조명의 영향도 있어서 사진상으로 석질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 수석의 석질은 실물을 가까이서 살펴보고 만져 보아야 경도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 생각에 수석의 색상으로 무리하게 질감까지 표현하려 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냥 색명色名에다 별도의 수식어를 이용하여 강질의 검은 돌, 세로 주름이 있는 강질의 갈색 돌이라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 강질의 수석: 색의 종류와 관계없이 색상이 짙다. 돌갗이 매끄럽다. 돌갗에 숨구멍이 보이지 않고 치밀하다. 양석이 잘된다. (소위 기름발이 잘 받는다.) 돌이 무거운 편이다.

 

수석, 다양한 색상으로 즐기자

산수경석을 중시하는 전통수석에서는 수석의 색상을 오석, 청오석, 청석, 초코석 등 짙은 색을 주로 선호하였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90년대부터 유행하는 해석에서는 다양한 색상의 해석들이 나온다. 우리가 지금껏 좋아하는 검은 색玄은 무게가 있고 점잖음의 상징이며 선비들의 붓과 관련 마음의 색이다. 예컨대 소나무나 대나무를 먹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죽음을 상징하여 싫어한다.

최근 주거 문화를 살펴보면 아파트 내부 벽이나 장식장으로 거의 흰색에 가까운 밝은색을 선호한다. 심지어는 더러움이 많이 탈 것 같은 신발장도 흰색 장이다. 그런데 아파트 내부가 아무리 밝게 되어 있어도 수석장에 검은색의 수석들만 있다면 수석장 부근은 실내가 어두워져서 가족들이 싫어한다. 이에 우리 수석인들도 현대 주거 문화가 내부를 밝게 하는 것을 참고하여 수석취미를 하면 어떨까.

생활 문화가 밝은 색상으로 바뀌어 가는 추세에 걸맞게 수석의 색도 짙은색에서 밝은색까지 다양하게 즐겼으면 한다. 수석의 세계화에도 대비하고 밝은 아파트 내부에도 맞게 수석도 밝고 다양한 색상으로 수집해 즐겨보자. 필자도 해석도 하고 다양한 색상을 즐기려고 일부러 노력하고 있음에도 수석장을 보면 아직 검은색 수석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색상을 다양화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과 일본만 하여도 다양한 색상의 수석을 즐긴다. 특히 중국은 오행사상에 맞춰 청, 홍, 흑, 백, 황색 등 다양한 색의 돌을 좋아한다고 한다. 중국의 색이 너무 붉은색이 많고 화려하여 물감과 같은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있고 자연의 색상을 좋아하는 우리의 정서와 아직은 많은 차이가 난다. 그러나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이라도 봄꽃처럼 자연의 색상이라면 쉽게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보통 수석의 3요소로 하면 색을 맨 나중에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 수석인은 원로분임에도 자신은 색, 질, 형으로 수석에서 색을 가장 중요시한다고 한다. 일단 좋은 수석은 색이 좋아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또 색이 좋은 것은 경도가 높다. 이제 우리 수석계도 가까운 미래에 색상 혁명이 일어날 것을 기대해본다.


참고 자료: 부천 수석박물관 제2회 심포지엄 자료
              인터넷 한국 표준 색상표
              참수석 사이트



* 월간 수석의미 2011년 1월호 기고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