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미사일 지침' 폐기해야
2012.7.30.
 한국은 1970년대 초부터 '자주국방'을 내걸고 미사일 개발에 착수했지만, 미국으로부터 핵심 부품과 기술을 받지 않으면 미사일 개발을 완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워컴 명의의 서한에서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은 사거리 180km 이내, 탄두 중량 500kg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1970년대 말은 정치, 경제,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미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979년 9월 노재현 국방장관은 결국 미국의 요구대로 "한국이 개발하는 미사일은 결코 사거리 180km를 초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는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이상한 현상이 발생하였다. 국가 간의 협정이나 조약도 아니고 33년 전 한국 국방장관의 약속이 이후 33년간 '한미 미사일 지침'이 되었다는 것이니 참으로 어이가 없는 일이다. 지금 우리는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력이 성장하였고 우리보다 어려운 나라를 원조하기 시작하였으며 주변 동북아 각국의 미사일 기술도 33년 전의 수준과는 엄청나게 달라졌다.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은 사거리 1,300km의 노동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는 북한의 일취월장하는 미사일 기술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33년 전에 약속하였던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더는 준수할 수가 없다. 필요하다면 백지상태에서 현 상황에 걸맞게 한미 양국이 새롭게 협약을 맺는 것까지는 반대하지 않는다. 미국은 작년 1월부터 시작한 미사일 사거리 조정 협상에 완강히 반대하며 아직 합의해주고 있지 않다.
이것을 미 국방성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미사일과 핵)의 비확산 차원에서 반대하고 있는데 미사일과 핵은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 미사일을 한미 양자관계에서 보지 말고 세계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미사일기술통제체제(MCTR)에 가입해 있다. MCTR은 사거리 300km, 탄두 중량 500kg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제3국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을 뿐 자체 개발 및 보유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은 몇몇 나라와 미사일 개발을 금지하는 양자 간 지침을 맺고 있다. 미국의 반대 이유가 한국의 요구를 받아주면 다른 나라의 요구도 받아 줄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은 MCTR에 가입하지 않고 미사일 사거리를 계속 늘려가는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어 다른 나라의 안보 환경과 완전히 다르다. 세계가 공감할 특수한 상황을 미국은 왜 외면하는가? 33년 전 미국의 일방적 미사일 지침을 그냥 따르라고 하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은 왜 중국, 일본, 북한의 개발은 허용하고 한국의 개발만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이 동북아 주변국이 동일한 조건임에도 괜히 사거리를 연장하려 하겠는가? 중일은 물론이고 북한도 이미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완료하였기에 우리도 최소한의 수준으로 개발하려는 것일 뿐이다.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 지침에 의거 겨우 탄두 중량 500kg, 최대사거리 300km에 묶여 있을 때 각국이 개발 중이거나 개발한 탄도미사일 제원을 살펴보자.
일본은 헌법에 의거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우주발사체 M-V 3단 고체로켓으로 곧바로 사거리 10,0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로 전환할 수 있다. 북한은 대포동 2호 탄두 중량 650~1,000kg, 최대사거리 6,700km 이상 개발 중이고 중국은 DF-5A 탄두 중량 3,000kg, 최대사거리 11,2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러시아는 R-36MZ 탄두 중량 8,800km, 최대사거리 10,200~16,000km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제원을 살펴보면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500kg, 300km 미사일은 애들 장난감이다. 동북아 각국의 탄도미사일 개발 경쟁에 우리가 최소한의 억지력도 갖고 있지 못한 것은 이 모두 미국 때문이다. 우리가 새롭게 요구하는 1,000km도 미국이 우려하는 중일에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는다. 정말 미국은 우리가 중국과 불가침 조약이라도 맺으면 그때 가서야 풀어주려는가?
북한이 변수지만 할 수 있다면 중국과 불가침 조약이라도 맺고 싶다. 우리는 중국과 무역규모가 가장 크다. 중국과 전쟁할 이유가 없고 또 전쟁하고 싶지도 않다. 미국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도 막지 못하고 있다. 북한 장거리 미사일 6,700km에 비교해도 사거리가 1/6.7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북한은 선군정치라며 계속 이웃 나라를 위협하려고 개발한다. 그러나 우리는 안보용이다. 미사일을 개발해서 팔아먹으려는 것도 아니고 안보차원이고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 개발을 막지도 못하면서 한국이 방어용으로 개발하는 것까지 막으면 안 된다. 현 상황이 이럴진대 300km로 계속 묶어 놔두려는 미국의 의도를 우리는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말은 군사 동맹이라며 한국을 군사적 약자로 계속 남게 하여 군사 식민지화하고 무기를 계속 팔아먹으려는 어떤 숨은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미국은 한미 동맹을 통해 미사일 개발보다는 다른 해결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고 한다. 그런데 한미 전작권 이양도 곧 2015년에 이루어진다.
미국은 언제까지 동북아 강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을 군사력 약자로 묶어 놓아 미국에 의존하게 하려고 하는가? 미국과 한국이 같은 나라인가? 전략적 동맹을 계속 맺을 수 있지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독자체제를 유지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미국도 자국의 국익에 의거 한미 군사정책이 바뀔 수 있다. 1949년 6월 30일 미군은 그들의 정책에 의해 한반도에서 전면 철수한 바 있다. 그로부터 1년 후 큰 피해를 일으키며 북한 남침에 의한 625전쟁이 발발하였다.
한미 간 군사 불평등을 한국 내 좌우 모두 공감하고 있다. 단지 그 후속 대응 방법론이 다르다. 좌익은 불평등을 이루고 있는 미국은 필요 없다.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무조건 물러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남한 군사력 약화를 위한 북한의 전략도 들어있다. 그러나 우익은 한미 군사 불평등을 해소하고 핵을 제외하고 한국이 군사력으로 빨리 독립할 수 있도록 미국이 도와주고 지원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미 군사 불평등에 대한 후속 조치가 완전히 다르다
그러나 이런 불평등이 계속되어 좌익 정부가 들어선다면 한미 동맹도 장담할 수 없다. 미국이 불평등을 해소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다. 미국은 최소한 재래식 무기만이라도 동맹국 한국이 독자적인 체제를 갖추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동맹국이다. 딴지를 계속 걸어 전작권 이양 이후에도 재래식 무기 조차도 미국에 계속 의존하기를 바라는가? 미국은 언제까지 정책 변화 없이 한국의 안보를 안전하게 계속 지켜줄 수 있을까? 신이 아닌 이상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리고 2001년 사거리 300km로 늘리는 1차 개정된 한미 미사일 지침에는 규격만 제한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가 새롭게 개발하는 미사일의 제원, 개발일정, 생산량, 생산공장 등 모든 기밀 정보를 세세히 미국에 제공토록 하고 있다 하니 이것은 사실상 주권 침해이고 국가 간 상호주의가 아닌 미국의 군사 식민지화하는 것이다.
더구나 문제는 1,800억 들여 개발한 무인 정찰기마저도 한미 미사일 지침에 묶여 사실상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없다니 어안이 벙벙하다. 게다가 미국은 "미사일 지침에 따라 500kg으로 제한된 한국 무인기의 탑재 중량에 연료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비행기 탑재 중량에는 연료가 포함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중고도 무인정찰기에는 연료가 2,000kg 주입될 수 있다고 하는데 연료까지 탑재 중량에 포함하겠다고 하면 무인정찰기마저 무용지물로 만들어 개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실지 미국도 탑재 중량에 연료를 포함하지 않는데 우리나라 무인기에만 포함하려 하는 것은 국제 관행으로도 맞지 않는 요구다. 정말 해도 너무하다. 그리고 미국은 군용 로켓의 우주 개발 등 민간용으로 전환 개발하는 것마저 막고 있다. 일본은 고체 로켓을 허용하면서 한국은 제한하고 있다. 이 또한 너무 부당하다. 전문가에 의하면 "액체 연료는 오래 타고 제어가 쉽지만, 순간 추진력이 약해 발사 순간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고체 로켓을 병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데 미사일 지침으로 액체로켓에만 국한 개발할 수밖에 없어 그만큼 로켓 개발이 비효율적이라 한다.
우리는 그간 미국의 도움을 잊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제 충분히 스스로 독립할 수 있음에도 계속 군사 식민지 수준으로 묶어 두려는 미국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 군사 안보 전문가 중에는 한미 미사일 지침을 무효로 하면 한미 동맹의 신뢰가 깨진다고 하는데 한 국방 장관의 약속이 국가 간의 협약도 아니고 조약도 아니다. 아무 문제가 없다고 본다. 우리 정부도 어지간하다. 미국과 동맹관계도 유지해야겠지만 미국의 군사 식민지 같은 상태를 계속 이렇게 내버려둬서야 되는가? 이제 우리는 군사적으로 단계별로 독립해야 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되도록 오랫동안 내버려둔 우리 역대 정부의 저자세 외교에 분노마저 느낀다. 정부는 조속히 미사일 주권을 찾아와야 한다. 한미 군사 협의로 미사일 지침이 폐기되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만약 미국이 협조하지 않고 불평등한 미국의 지침을 한국에 계속 강요한다면 우리는 더는 들어줄 필요가 없다. 독자적으로 나가고 국제기구 미사일기술통제체제(MCTR) 회원국으로서 성실히 의무를 지켜나가면 된다.
우리는 미국과 좋은 동맹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 세계 곳곳에서 서로 협력하며 도움을 주고받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상호주의 관계여야 한다.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한미 군사관계가 이 정도로 불평등한 상태라면 한국에 좌익정부가 들어서면 한미 군사동맹관계는 그냥 깨져버릴 수도 있다. 물론 우리는 그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아마도 미국도 지리적 요충지의 좋은 동맹국 하나를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서로 윈윈하였으면 한다.
* 주 개인이 한미 미사일 관련 사실을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은 조선일보가 7월 16일에서 20일까지 기획 보도한 내용에 상당 부분 공감하고 불평등과 억울함에 분노마저 느끼며 보도된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하여 필자의 생각을 덧붙여보았습니다.
조선일보는 7월 23일부터 27일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에 절실한 원전에 평화적으로 이용할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허용 요구에 대해서도 보도 내용 대부분 공감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요약해서 의견 개진하는 것은 역량 부족으로 포기합니다. 이 문제 또한 한미 간에 잘 해결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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