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석 가게에서 훔치는 수석
얼마 전 아내가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 필자의 수석 취미에 대해 말했다. "당신도 수석 취미 할 수 있는 날이 70까지다. 이제 서서히 정리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깜짝 놀랐다. 아직 신체적 정신적으로 팔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게 느닷없이 무슨 말인지. 그래서 퉁명스럽게 "아직 멀쩡해. 벌써 무슨 걱정을 그렇게 해?"라고 무시했지만, 남자들은 아내의 지나가는 듯한 말도 깊이 가슴에 새겨지는 때가 있다. 아! 앞으로 이제 10여 년인가? 하니 갑자기 서글퍼진다.
벌써 연로하신 선배 수석인들은 수석을 정리하시는 분들이 있다. 수석취미를 계속 하다 보면 수석은 자꾸 쌓이게 된다. 수석을 비싸게 구매하시는 분들은 조금씩이라도 처분하려고 한다. 자탐을 주로 하는 수석인들도 자꾸 쌓이는 수석을 정리하는 것이 항상 고민이다. 수석을 소중히 여길만한 일반인들이 있다면 선물을 주겠지만, 자신의 주변에 그런 사람을 만나기가 어렵다.
요즈음 수석계에 발을 들여놓는 초보자도 적다. 또 수석계에 입문하면서 인터넷으로 많은 수석을 접하여 초보자이면서도 눈이 높아져 수석인에게는 선물하기가 쉽지 않다. 집에 초대하여 집 탐석으로 원하는 수석을 선택해서 가져가게 하는 것이 가장 좋다. 이도 저도 여의치 않으면 탐석 갈 때 원산지로 돌려놓거나 아니면 인근 산이나 정원에 갔다 버리게 된다. 잘 아는 수석가게가 있어 수석가게에서 허락하면 수석가게에 갖다 놓기도 한다.
필자도 집이 좁은 관계로 수석장이 소중대형 각각 하나, 책장 겸용이 하나로 적다 보니 많은 수석을 연출해 놓을 수가 없다. 언제부터인가 수석장에 수석을 보면서 비록 좋은 수석은 별로 없지만 "아! 나에게 수석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였다. 보관 장소, 경제 여건, 보유 수석 등을 고려하면 더 욕심낼 여유가 없다는 생각이다. 물론 아직도 탐석은 다니고 있지만, 산지 고갈로 좋은 수석 하기도 어렵고 보관 장소도 여의치 않다. 상황이 이런데 무리하면서까지 수집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석명: 진달래, 크기: 9x8x4, 산지: 풍도
지난주에 같은 회원이 운영하는 수석가게에 들렀다. 그랬더니 수석 두 점을 누군가 훔쳐갔다고 한다. 겉으로 크게 내색을 하지 않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상당히 아쉬워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음에 갔을 때 자세히 물어보았다. 풍도산 해석 두 점인데 가격 흥정하다 잘되지 않아 나중에 다시 흥정하려고 잘 보이는 곳에다 강돌 수석 사이에 두 점을 놔두었는데 나중에 보니 없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도난당해서 무척 서운하겠다고 하자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않으냐.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많이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마침 필자에게 좌대 하지 않은 풍도돌 두 점이 있었다. 다음에 좌대 찾으며 들를 때 이것 풍도산 해석 두 점인데 어떠냐고 하면서 건네주었다. 괜찮다고 하며 값을 치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다. 필자가 지난번 풍도산 해석 두 점 잃어버려 아쉬울 텐데 위로 삼아 주는 것이니 그냥 받으시라고 했다. 그랬더니 받으면서 무척 좋아하신다.
그날 좌대 하나 찾았는데 값을 대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찾아가라고 한다. 수석 가게에서 간혹 수석인들은 큰 죄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마음에 드는 수석이 있으면 슬쩍 가져가며 마음속으로 쾌재를 부른다. 그러나 위의 사례에서 보듯 수석 가게 주인은 잃어버린 것에 대해서 아쉬움을 수석인들에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속으로는 많이 아쉬워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주공산無主空山 자연상태에서는 주인이 없어 먼저 갖는 사람이 임자다.
그러나 수석 가게에 아무리 많은 수석이 쌓여 있어도 그것은 이미 수석 가게 주인의 것이다. 이것이 다 자연에서 거저 가져온 것이려니 하고 그냥 가져가면 절도다. 즉 훔치는 것이고 도둑질이다. 수석가게 앞에 쌓여 있는 섭취돌도 그냥 가져가서는 안 된다. 뭐 비싼 수석을 사고 값싼 수석 몇 점 얻어 가는 것은 괜찮다.
그러나 수석을 몇 점 구매했다고 말없이 그냥 마음에 드는 다른 수석을 수석 가게 주인 허락 없이 가져가서는 안 된다. 수석가게 수석인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수석인에게 친근한 곳이다. 요즈음 불황이다 보니 수석가게도 모두 어렵다고 한다. 수석인들이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그냥 수석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 그냥 가져가는 것은 훔쳐가는 것, 범죄임을 명심하자.

석명: 봄의 환희, 크기: 9x7x5, 산지: 풍도
8월호에 '수석취미 최소 죄를 짓지 말자.'라는 제목에 이어 수석 가게에서 수석을 그냥 가져가시는 분들이 뜻밖에 많은 것 같아 그 부분을 상세하게 기술해보았습니다. 수석 많이 갖고 있으면 무엇합니까? 죽을 때 가져가지도 못합니다. 훔치는 탐욕의 마음으로는 수석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겠지요. 어두운 욕심으로만 보일 것입니다. 앞으로는 수석가게에서 수석이 없어졌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장마가 끝나고 무더운 여름입니다. 더위 잘 피하시고 행복하세요.^^
* 월간수석의 미 2013년 9월호 기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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