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쪽짜리 양성화법 시행 하나마나
2014.3.17.
아버지의 유일한 유산이 마포에 있는 작고 허름한 무허가 건물이고 현재 팔순 노모 앞으로 되어 있다. 그곳에서 동생들이 태어나고 오랫동안 고향처럼 살아온 곳이지만 지금 장성한 자식들은 모두 독립하여 따로 나와 살고 있다. 그런데 올해 초에 '소규모 주거용 위반건축물, 양성화법 시행 안내문'을 받았다. '특정 건축물 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거 양성화 기준에 부합하는 소규모 주거용 무허가 건물에 대해 2014년 한시적으로 합법적으로 사용 승인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여 구민의 재산권 보호와 주거 안전에 도움이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또 구청은 매주 수요일 오후 대한건축사 협회 건축사가 나와서 건축 관련 무료 상담 및 현장 방문 서비스를 하는 '건축민원카운슬링제'를 운영한다고 했다. 무허가 건물로 작은 면적이지만 아버지 유일한 유산이고 우리가 자라난 곳이라 어머니께서 계속 소유해오고 계셨다. 부모님이 관리를 잘못하여 시 도로를 일부 점유하여 구청에 도로 사용료까지 매년 지급하고 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골치 아파 없애고 싶지만, 그냥 없앨 수도 없어 현재까지 오고 있다.
그런데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거의 양성화가 불가능하였다. 우리처럼 자기 땅이 100% 아닌 경우 대상이 안 된다고 한다. 다른 상담하는 분 이야기를 들어보면 옥탑방처럼 불법으로 지었을 때 그것을 헐라고 하는데 헐면 기존 건물이 낡아 손을 못 댄다며 그냥 가시는 분도 계셨다. 기왕에 상담을 받았으니 내킨 김에 도로부지 점유하고 있는 것을 불하받을 수 있는지 구청 해당 부서에 가서 확인해보니 먼저 정확하게 어느 정도 침범했는지 개인이 자비로 측량을 하고 구청에 용도변경과 불하 신청을 하면 내부적으로 각 부서 검토에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 말에 의하면 검토에 들어간다고 해도 관련 부서 검토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토목과가 가장 까다로우며 용도 변경이 워낙 까다로워서 불하가 가능하다고 장담 못 하며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초기에 측량 비용도 들어가고 용도 변경이 된다는 보장도 없고 설사 용도 변경이 되어 불하가 가능하여 점용 사용하는 사람에게 우선권이 주어져도 시세가로 구매해야 한다고 한다. 서민들이 땅 살 돈이 어디 있나? 살 돈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무허가 건물로 남아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어려움과 큰 비용 때문에 사람들이 대부분 포기한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담당 공무원은 너무 잘 알고 있다. 사기업처럼 담당자, 중간관리자, 장·차관 이렇게 관련 부서와 함께 중요 정책 입안시 workshop 같은 것을 하지 않나 보다. 이런 상황을 상담해주는 건축사와 의논하니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그래서 그냥 '이대로 살겠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생색내기 정책에 힘없는 서민은 멀쩡히 잘 지내고 있다가 옆에서 부추기어 혹시나 하는 기대에 사실을 알아보고는 무척 까다롭다는 상황에 헛물만 키며 포기하면서 마음만 아프다. 그냥 말이라도 없었다면 기대하지도 않고 잊고 지냈을 텐데 말이다.
정 서민용의 작은 평수의 무허가 건물을 양성화해주고 싶다면 관련 담당 공무원들이 양성화가 가능하게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고칠 수 없는 건물은 안전과 환경에 문제가 없다면 양성화한다든지, 장기간 무허가 주거용 건물로 사용되어 토지가 이미 지정된 용도로서 의미를 상실하였다면 용도 변경을 해주고, 무조건 실거래가로 구매하라고 하기보다는 10년~20년 이상 장기간 점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토지는 대폭 할인 판매 지원한다. 예를 들어 공시지가 x (20-점용 연수)/20 등 오래 사는 서민들에게 그만큼 혜택을 주는 등 무언가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용도변경 신청시에도 측량을 먼저 하라고 요구하지 말고 기존 지적도나 측량 성과도를 이용하게 했으면 한다. 아무튼,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조금만 까다로우면 서민들은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음을 정책 입안자는 알아야 한다.
관련 자료
머니투데이 2014.03.13. '옥탑방'도 서러운데 세입자에 뻥뚫린 '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