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취미/수석 이야기

수석 횡설수설-돌 칼의 양날

정의&자유 2010. 2. 27. 11:40

 


수석 횡설수설-돌 칼의 양날

2010.2.27.

 

  영흥도에서 석기시대 유물로 보이는 칼처럼 생긴 석을 한 점하였다. 언뜻 보기에 수석 같지는 않고 유물처럼 생각되어 취하였다. 물론 아무리 자연에서 오래되었다 하여도 유물은 유물일 뿐 수석이 아니다. 그러나 다른 유물에 비해 돌이라 친근감이 있다.

과거 철이 없을 때 돌을 갈아서 칼처럼 사용하였으리라. 도구는 잘 사용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흉기가 될 수 있다. 도구는 유용함과 해로움이 공존하는 양날의 칼이다. 그래서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하고 무서운 흉기가 될 수도 있다.

요즈음은 인터넷 시대로 수석도 물론 인터넷을 통하여 활발한 정보 교환을 한다. 탐석과 전시회 등 현장 활동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시간과 지역을 초월하여 편리하게 사이버상에서 전국의 석우와 교류를 하며 정보를 교환할 수 있다. 그런데 사이버 수석 역시 장단점이 있다. 이 역시 유용함과 해로움이 있는 양날의 칼이다.

인터넷상으로 정보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집에서 편하게 수석관련 정보를 쉽게 입수할 수 있겠지만 대신 인터넷 글은 전국의 누구나 볼 수 있어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잘못하면 큰 다툼이 생길 수 있다. 더구나 남을 비방하는 글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때보다 그 폭발력이 몇십 배, 몇백 배로 커진다.

사람들이 서로 만나서 다투는 일은 당사자만 알고 있어 당사자끼리 해결하면 되지만 사이버상에서 다툼이 생기면 그 폭발력은 대단하여 오랫동안 기록으로 남고 또 복사되어 모든 사람이 다 보고 알게 되어 수습하기 어렵게 문제가 커져 버린다. 부끄러운 일이 온 사방에 알려진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단편적인 지식을 갖고 대단한 것을 아는 것처럼 석우를 비난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수석에서 많이 알면 얼마나 더 많이 아나?

수석을 오래한 것과 수석의 전문지식을 많이 아는 것과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보통 수석은 탐석활동 등 수석활동을 많이 한 수석인이 많이 안다고 하였다. 수석 한 지 오래되었어도 활발히 활동하지 않으면 많이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동방예의지국이라 하였다. 수석을 오래하신 연세 높으신 분들을 원로나 선배로 대접해 드려야 한다. 또 선배도 수석을 많이 아는 후배가 있다면 그 수준에 맞게 적절히 대우해 주어야 한다.


수석에도 유행이 있다.

과거에는 질형석이라 하여 질 우선이었다. 그래서 오래하신 수석 선배의 석실을 방문하면 형은 별로 없지만 단단한 진오석이나 세로 주름이 있는 초콜릿석 등 석질 좋은 수석이 많이 보인다. 그러나 보여주는 인터넷 시대에서는 형질색하여 형을 우선시하게 되었다. 즉 형태가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좋은 수석이 못 된다.

또 과거에는 산수경석이 주류였고 산수경석을 최고로 쳤다. 그러나 80년대부터 해석이 시작되어 해석에 대해 잘 모르시는 수석 원로나 선배도 계신다. 또 그림돌이라 하여 해석에서도 질이나 추상문양에서 그림이 있는 것을 선호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석 산지와 석질

수석 산지는 그 지역의 수석인들이 잘 알고 있다. 아무도 전국 수석 산지를 훤하게 꿰뚫어 알고 있기가 어렵다. 물론 각 산지의 석질 또한 매한가지다. 산지에서 나오는 석질마다 양석의 방법도 조금씩 다르다.


사이버 수석

최근에는 수석취미도 같은 동호인 간에 인터넷에서 교류하며 즐긴다. 이제 인터넷도 알고 있지 못하면 소외된다. 더구나 사이트, 카페, 블로그 운영자는 그와 관련 지식을 추가로 더 알고 있어야 한다. 알지 못하면 운영이 어렵다.


기타 등등 수석만 하여도 다양화 시대에 다양한 정보와 지식이 요구된다. 원로 분들은 새로운 지식을 잘 모르고 젊은 수석인들은 수석의 깊은 지식을 잘 모른다. 사이버 수석, 해석, 그림돌 등 새로운 문화가 발전하지 않았다면 과거처럼 산수경석을 기준으로 하여 원로 분들의 풍부한 지식을 따르면 되었지만 새로운 수석문화의 유입으로 젊은 수석인이 더 많이 알게 되는 분야도 생겼다.

이럴진대 누가 많이 안다고 자신의 조그마한 지식을 자랑하는가? 누구나 모든 분야를 알 수 없다. 자신이 잘 아는 전문 분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모르나 비전문분야에서는 누구나 초보자다. 수석문화는 모든 수석인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유행 같은 것이고 이것은 흐르는 물과 같아 잠시 중단하면 과거 속에 갇혀 현실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다른 취미처럼 수석취미도 수석인과 끊임없이 교류해야 하며 더불어 즐기고 함께 배워나간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조금 아는 보잘것없는 지식을 갖고 아는 체하며 석우의 가슴을 아프게 해서는 안 된다. 또 자신의 초보시절을 생각지 못하고 지금 터득하게 된 지식을 기준으로 초보자를 업신여겨서도 안 된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못하는 꼴이다.

우리는 수석을 하면서 축소판 인생을 느낀다. 수석인들은 말 없는 수석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수석을 꽤 오래하신 영월의 한 수석선배께서는 돌로 '石不能言 是我師'(석불능언 시아사: 수석은 말이 없어도 나의 스승이다) 라고 써 놓으시고 지금도 항상 겸손한 자세로 수석에서 배운다고 하셨다. 한 석우는 카페 대문에 글을 써놓고 방문할 때마다 마음을 새롭게 하고 있다.
 


석명: 돌 칼(양날의 칼), 크기: 7x12x3, 산지: 영흥도

오래전에 탐석한 석이지만 유물이라 양석을 하지 않았다. 좌우 양 칼날이
우측은 조금 뾰족하고 좌측은 둥그스름하다.

 



앞에 언급하였듯이 인터넷의 속성상 한번 잘못되면 나중 수습이 어렵다. 순식간에 대단한 폭발력으로 퍼지며 상대의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겨주기 때문에 이를 수습하려면 잘못한 사람이 인터넷상에 여러 번 사과 글을 올리고 직접 찾아가 만나거나 전화상으로 사과해야 겨우 수습이 된다.

그러나 상대의 가슴에 반복적으로 깊은 상처를 주며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정작 용기가 없으면 만인이 보는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잘못을 100% 시인하며 모두 잘못했다고 반복해서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가 어렵다. 자신을 일부 변명하며 사과하게 되는데, 격한 갈등의 상태에서 이것은 효과가 반감된다. 그래서 사이버상에서 갈등 해소가 어렵다.

인터넷은 또 특이하여 일반인보다는 공인이, 비 유명인보다는 유명인이, 나이 적은 사람보다는 많은 사람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경직되지 않게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요구하지만, 타인을 비난할 때는 위와 같은 이유로 정말 많이 생각해서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인터넷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직접 만나 해결하는 것이 백배 더 낫다.

필자도 사이버 수석을 오래하여 사이버상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경험도 많이 하고 가슴에 상처를 받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제는 물론 당사자와 직접 만나 화해도 하고 가까운 석우로 사귀고 있지만, 당시에는 단지 취미로 말미암아 자신의 평생 명예가 실추되는 것 같아 무척 괴로웠다. 그래서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임에도 방문하기도, 쳐다보기도 두려웠다.

우리 칭찬이 인색한 민족이다. 될 수 있으면 인신공격이나 비난을 자제하고 칭찬을 많이 하자. 수석이 좋다 한들 어차피 돌일 뿐이다. 사람이 더 중요하다. 수석을 갖고 서로 즐겁게 놀자. 한때 수석도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수석도 어렵게 풀지 않아도 '石不能言 是我師' 이곳에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우리의 수석 지식이라는 것이 어차피 개인적으로 다 알지 못하는 변변치 못한 것이다. 말 없는 수석에 우리의 마음을 맞추듯이 말을 적게 하고 석우에 맞추어 함께 즐긴다면 그것이 수석도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