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문학/수필

처음으로 김치찌개를 만들다

정의&자유 2012. 5. 10. 01:04

◎ 처음으로 김치찌개를 만들다

2012.5.10.



   집에 아픈 사람(우환)이 있으면 집안이 엉망진창이 된다고 한다. 작은 딸애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목 디스크 수술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였다. 한 10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아내가 병간호하기로 하고 필자는 집에 애완견 두 마리도 있어 수술할 때만 병원에 가서 함께 지켜보고 그다음은 집을 보기로 하였다.

아내는 병원에 들어가기 전에 음식 등 필요한 것을 준비하고 집에 있는 필자를 위해서도 음식을 많이 준비해 놓았다. 찌개도 충분히 두 냄비를 해 놓았다. 입원 다음날 수술이 잡혔는데 병원에 가서 지켜보았다. 약물 부작용이 있어 수술하려다 말았기 때문에 수술할 때 걱정이 많이 되었다. 다행히 수술이 잘 끝나서 회복하기 위해 병실로 들어갔다.

필자는 집에 와서 간단한 집안일을 하며 보냈다. 그런데 8 일차 정도 되는데 밥은 남았는데 찌개가 다 떨어졌다. 밥이 없다면 라면을 사서 끓여 먹으면 되는데 밥이 아직 남아 있어 김치찌개를 직접 해보기로 하였다. 또 라면은 집사람이나 아이들은 좋아하는데 필자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일단 탄수화물 한 가지라 영양을 고루 취할 수 있는 한식에 비해 좋지 않다.

또 한가지 이유는 군에 있을 때 휴일 점심에 특식으로 라면이 나오는데 말만 라면이지 수프 대부분은 고참들이 일부 챙기고 허연 면은 물기도 없이 퉁퉁 부어 국자로 뜨면 떡처럼 식판 위에 놓인다. 그런 것을 군에서 거의 3년간 먹었으니 싫증이 날 수밖에…. 요즈음 군대는 무척 좋은 것이다. 그래도 라면은 잘 끓인다.

필자가 할 수 있는 음식은 라면 끓이는 것과 떡볶이 두 가지다. 둘 다 필자 입맛에 맞게 잘한다. 그 이외에는 무뢰한이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 아내에게 물으니 김치찌개는 만드는 것이 간단하다고 한다. 묵은 김치와 돼지고기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 그래서 찌개가 다 떨어진 날 김치찌개에 도전하기로 하였다. 혼자 살게 되면 여자는 잘사는데 남자는 잘살지 못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아내들은 밥해주는 것에 싫증이 나기 시작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삼식이란 말이 나올까? 삼식이란 말은 은퇴 후 집에서 놀면서 아내가 해주는 세끼를 꼬박꼬박 챙겨 먹는 남자로 좋은 표현이 아닐 것이다. 또 늘그막에 아내 눈치 안 보고 살려면 식권(먹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필자는 항상 비상시국에는 필요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으려는 각오는 되어 있다. 일단 김치찌개용 고기를 아내에게 전화로 확인하고 나머지는 인터넷으로 만드는 방법을 찾았다. 그런데 김치찌개가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다. 맛있게 먹으려면 요리법이 꽤 복잡하다. 그 중 먼저 조린 후 끓이는 방법과 육수를 넣어 하는 방법은 제외하였다. 먼저 조린 후 하는 것은 너무 복잡하고 육수는 만들기 어렵다. 재료는 집에 있는 것으로 필자가 찾을 수 있는 것으로 하였다,

신 김치, 돼지고기, 양파 반 개, 버섯 두 송이, 물을 넣고 고춧가루 조금에 간을 맞추기 위해 멸치액젓을 넣어야 하는데 멸치액젓 있는 곳을 모른다. 그렇다고 그냥 간장을 넣으면 맛이 없겠고 또 병원에 있는 사람에게 일일이 물어서 하기도 번거로워 그냥 반찬에 있는 장조림 국물을 조금 넣었다. 일단 고기와 양파, 버섯을 칼로 잘 썰어서(이것도 처음 썰어본다.) 물을 넣고 양념도 넣어 잘 섞어 끓였다. 끓이면서 계속 맛을 보았다. 그런데 처음에는 맛을 잘 모르겠다.

물이 적은 듯하여 조금 더 넣고 계속 끓였다. 나중에 맛을 보니 국물이 우러나서인지 김치찌개 맛이 난다. 양파를 넣어서 그런지 달착지근한 것이 입맛을 돋운다. 조미료도 넣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 사진은 저녁에 끓여놓고 아침과 점심 두 번 끓여 먹은 후의 냄비다. (오전 날씨가 흐려 어둡게 나와 낮에 다시 촬영) 처음 만든 것으로는 수작이라 스스로 자화자찬하였다. 역시 처음 하는 일은 생소하지만 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못할 것이 없다. 자신의 또 다른 가능성을 확인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