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 문학/수필

자리! 화를 내는 노인, 양보하지 않는 젊은 여성

정의&자유 2012. 5. 12. 15:13

◎ 자리! 화를 내는 노인, 양보하지 않는 젊은 여성

2012.5.12.

 

사진출처: 인터넷 '1호선 된장녀' 기사에서


   10일 오전 전철 간에서 노인이 서 있는데 젊은 여성들이 그냥 앉아 있는 사진이 모자이크 되지 않고 인터넷에 올라있어 '1호선 된장녀들' 마녀사냥 논쟁에 논란이 되었었죠. 저는 요즈음 염색을 하지 않고 다닙니다. 머리에 새치가 있는 사람은 머리가 더 빨리 희어지더군요. 2년 전 귀찮아서 잠시 머리 염색을 하지 않고 다녔더니 전철에서 젊은 사람들이 자리를 양보해주더군요. 보통은 젊은 청년들입니다.

피곤하지 않을 때에는 괜찮다고 하거나 어깨를 살짝 누르면서 그냥 앉아 있으라고 하였죠. 그래서 괜히 미안하기도 하여서 할 수 없이 다시 염색하고 다녔습니다. 저는 염색을 아내가 해주고 있습니다. 최근 지인들이 염색하지 않아도 보기 괜찮다는 사람도 있고 또 아내에게 슬쩍 물어보았더니 사실 염색해주는 것 조금 신경 쓰인다고 하는군요. 또 염색 머리와 눈에도 좋지 않고 번거롭기도 해서 다시 하지 않고 다니기로 하였습니다.

2년 전보다 머리는 더 희더군요. 나이 들어 일부러 젊게 보일 필요를 느끼지도 못하겠고 그렇다고 주변 의식하여 염색하고 다니는 것도 이상하고 그냥 있는 그대로 다니고 발생하는 상황 그대로 대처하기로 하였습니다. 최근 건강 정보에 의하면 하루 6시간 앉아 있으면 사망률이 높아진다고 하네요. 허! 보통 집에 있으면 낮에 누워 있는 경우는 없어도 대부분이 앉아 있게 됩니다.

자는 시간 빼고 운동하는 시간 빼면 컴퓨터 하거나, 신문 보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대부분 앉아 있게 되는데 이게 안 좋은 것이네요. 정확히 계산은 안 해도 대충 12시간 이상 앉아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일부로라도 가능한 서 있는 시간을 많이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하긴 건강에 특별히 관심이 많으신 10년 연배이신 분이 있는데 전철에서 앉으라고 권하면 보통 싫다고 하네요.

오래 살고 싶다고 하시기에 속으로 웃었는데 역시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피곤하지 않을 때에는 꼭 앉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자리가 있는데 그냥 서 있는 것도 이상하니 그때는 그냥 앉는데 앉는 것 때문에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죠. 그런데 저도 오늘 인터넷에 올라온 상황과 비슷한 경우를 목격하였습니다.

노인 두 분이 전철을 탔는데 좌석에 앉은 젊은 여성 한 분이 스마트 폰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죠. 노인 한 분이 젊은 여성에게 '어디까지 가세요?' 하며 말을 걸었지만 젊은 여성은 게임에 정신이 팔렸는지 몇 번 물어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드디어 노인이 화가 나서 친구가 아파서 물어보는데 젊은 여성이 대답도 하지 않는다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젊은 여성은 게임에 정신이 팔려 못 들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그냥 계속 앉아있었죠.

그래서 안 좋게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아 아직 요금을 내고 타는 옆에 앉아 있던 제가 두 다리 튼튼하여 일어나 아프다는 노인 친구분께 앉으시라고 권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젊은 여성분도 할 수 없이 함께 일어나더니 다른 곳으로 가더군요. 그래서 제가 화를 낸 노인분께도 함께 앉으시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괜히 앉으려고 소란 피운 것 같다며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괜찮다고 하시네요.

아마도 저의 흰 머리를 보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보다 더 연장자이신 것 같으니 그냥 앉으시라고 계속 권하였습니다. 노인은 어디까지 가느냐고 물으시어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간다고 대답하니 자신은 수원역까지 가는데 더 멀리 가니 그럼 앉겠다고 하시며 앉으셨습니다. 그러더니 뒤편에 자리가 나면 앉으라고 하시지 않나(조금 사람이 있어서 요즈음은 자리가 나면 서로 앉기가 바쁨) 굉장히 신경을 쓰시길래 괜찮다고 아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편히 앉아가시라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조금 앉아 계시다가 일어서시더니 계속 앉아가려니 미안하니 잠시 앉아가면 내릴 때 앉으시겠다고 하십니다. 무척 신경 쓰시는 것 같아 할 수 없이 앉았었는데 저의 좌석 끝에 마침 자리가 나서 그곳에 가서 앉으셨습니다. 오면서 노인 친구분과 잠깐 말씀을 나누니 수원 같은 마을에 사시는 분인데 용산에 물건 사러 같이 왔다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요즈음 시대가 바뀌어 젊은 사람들 경로사상이 옛날 같지 않으니 많이 이해하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노인 친구분도 사실 일본만 해도 노인이라고 자리 양보해주지 않는다고 하시며 충분히 이해하고 계시더군요. 물론 일본 문화와 우리 문화와는 분명히 다르지만, 우리 문화도 경로사상과 노인에게 자리 양보해주는 미덕은 점점 사라져 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특히 젊은 남성보다 젊은 여성층에서 더 빨리 사라지는 것 같아요. 짧은 기간에 압축 성장하다 보니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다양성이 있어 사회가 역동적이고 드라마, 영화, K-POP 등 한류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사회적인 갈등 또한 크다고 봅니다. 좌석을 앞에 두고 화를 내는 노인, 자리 양보하지 않는 젊은 여성, 그리고 자리를 보고 후다닥 뛰어가 앉는 아주머니, 임산부인데 그냥 서서 가는 여성 등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다리 튼튼한 노인분과 후다닥 뛰어가 앉는 아주머니분들에게는 하루 6시간 이상 앉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아직 임산부임이 외관적으로 표가 나지 않는 임산부에게는 임산부임을 알 수 있는 표식(임산부 배지)을 달고 다녔으면 좋겠고요. 아무래도 노인이 아픈 분이 많을 것이고 쉬 피곤해지는 것도 사실일 것입니다. 가능한 덜 혼잡할 때 다니시면 좋을 것 같고 쉽게 접고 펼 수 있는 휴대용 의자를 갖고 다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면 모두를 다 만족하게 할 수는 없어도 우리 사회 갈등을 좀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몸이 불편한 노인분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우리나라 문화의 좋은 미덕이죠. 젊은 사람들 기성세대 잘 못한다고 말을 많이 하는데 자리 양보하는 미덕은 젊은 사람들이 하지 않으면 끊어지는 문화입니다.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운 미풍양속 좋은 문화로 계속 이어가면 좋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