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에어컨 낡은 배수 호스 직접 교체하기
2012.7.19.
에어컨 배수 호스가 베란다 햇빛에 삭아 많이 부서지고 망가졌다. 에어컨을 켜면 물이 여기저기 흘러내릴 것 같다. 아내에게 물으니 에어컨 구매한 지 대략 5년 정도 되었다. 짐들을 치우고 살펴보니 전기용 까만 테이프로 감겨 있어 에어컨 호스와 배수 호스의 연결부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서비스센터에 가서 물으니 직접 수리하던가 서비스를 요청하라고 한다.
직접 수리할 때에는 배수 호스는 철물점 같은 데서 구매해서 갈아야 하는데 그것이 길이로 잘라 파는 것이 아니어서 그냥 나온 대로 구매해서 교체하면 된다 한다. 출장 서비스를 요청하면 서비스 기사가 나가는데 배수 호스는 서비스 기사들이 수리용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교체해주는 데 출장비 만원 + ∝(자재비)인데 총 2만 원 이하 정도 될 것이라 한다. 호스 구매가 여의치 않을 것 같고 개인적으로 구매하면 가격도 비쌀 것 같아 서비스받는 것이 좋겠다고 아내에게 말했다.
그런데 아내는 차일피일 미루더니 어느 날 고무호스를 갖고 와서 이것으로 교체해도 될 것 같다고 말한다. 고무호스가 연결 부분의 직경 규격이 맞는지도 잘 모르겠고 바빠서 그냥 차일피일 미뤘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고 아내가 바가지를 한 번만이라도 긁으면 못 이기는 척하고 고쳤을 텐데 더위를 많이 타는 아내가 전혀 재촉하지를 않는다. 그러나 18일 초복 날, 카눈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는 날, 기온이 최고 온도가 아님에도 낮의 소나기로 습기 때문에 바닥도 심하게 눅눅하고 도저히 참기 어려울 만큼 불쾌지수가 높다.
역시 초복은 초복이다. 그런데 날씨가 눅눅해서인지 컴퓨터에 불은 들어오는데 구동마저 안 된다. 일전에 컴퓨터가 구동이 안 되어 전화를 해보니 서비스받아야 한다고 하여 서비스센터에 들고 갔더니 그곳에서 점검할 때는 정상적으로 동작하였다. 이럴 때는 황당하다. 서비스 기사가 먼지가 많으면 접촉 불량으로 간혹 그럴 수 있다고 하며 내부 청소를 해주고 메모리 카드를 빼서 청소 후 다시 꼽았다.
그런데 보름도 안 되었는데 또 그렇다는 것은 먼지 때문이 아닌 것 같다. 그날도 후덥지근한 날이었는데 혹시 습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해보지만, 기술자가 정확히 점검해 보기 전에는 확실한 것은 알 수 없다. 직접 컴퓨터 케이스를 뜯어 살펴보고 메모리 카드를 뺏다 다시 꼽아도 구동이 안 된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할 수 없이 내일 서비스 센터에 들고 가야 하나보다. 그러다 보니 당장 할 일이 없다.
초복의 후덥지근한 날씨에 컴퓨터마저 되지 않아 불쾌지수가 최고로 높아졌다. 할 일도 없고 하여 저녁 식사 후에 아내에게 배수 호스를 고쳐볼까 하고 말하니 아내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베란다에 쌓아놓은 물건을 치우며 바로 고칠 준비를 한다. 본래 밝은 낮에 해야 하는데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저녁에 갑자기 고치게 되었다. 필요할 공구를 살펴보니 전기용 검은 테이프, 칼, 배수 호스를 벽에 고정한 플라스틱 끈을 끊을 니퍼만 있으면 될 것 같다.
필요한 공구를 다 준비하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검정 테이프를 제거하니 에어컨 호스와 배수 호스를 연결하는 것이 따로 있었다. 기존 낡은 호스를 힘을 줘 뺐다. 그리고 혹시 맞을까 하며 붉은 고무호스를 연결하는 곳에 힘을 줘서 끼니 잘 들어갔다. 의외의 안성맞춤 결과다. 이렇게 딱 맞을 수가 있을까? 아내의 눈대중이 대단하다. 전기용 검은 테이프로 잘 감으니 수리가 완벽하게 모두 완료되었다. 수리를 마치고 에어컨을 올 들어 처음 틀었다. 제습에 놓고 틀어놓으니 바닥도 뽀송뽀송해지고 후덥지근한 것이 시원하게 가신다.
그동안 정부의 절전 정책에 적극 호응(?)하며 자연 바람이나 선풍기를 이용하며 에어컨을 켜지 않았는데 에어컨을 키고 보니 역시 돈(전기를 쓰는 것)이 최고다. 2~3시간 후에 혹시나 하며 컴퓨터를 켜니 컴퓨터도 구동이 잘 되었다. ~ㅎ.^^ 필자보다 주변 기온에 3~5도 정도 더 더워하며 잔소리도 잘하던 아내가 끝까지 참으며 인내하고 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없이 밀어붙인 아내의 직감력에(안성맞춤으로 수리된 것은 우연이겠지만)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내의 칭찬도 듣고 덕분에 모든 것이 잘되었다.

배수 호스가 삭아 윗부분이 부셔졌다.

연결부분이 까만 전기테이프로 감겨있다. 좌측이 에어컨에서 나온 호스이고 우측이 배수 호스이다.

우선 벽에 단단히 고정한 흰 비닐 끈을 니퍼로 끊어내고 까만 테이프를 제거한 후 연결 부위를 잡아 떼었다.

연결부위에 빨간 고무호스를 힘을 주어 끼어 넣었다.

어두워서 다음날 늦은 오후 촬영 까만 전기테이프로 단단히 감아 놓으니 완벽한 수리가 되었다. 실지로 에어컨을 켜 보아도 물 새는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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