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취미/수석의미 기고

양날의 칼-인터넷 수석과 예절

정의&자유 2011. 1. 18. 13:28

 


양날의 칼-인터넷 수석과 예절

 

  영흥도에서 석기시대 유물로 보이는 칼처럼 생긴 돌을 한 점 하였다. 언뜻 보기에 수석 같지는 않고 유물처럼 생각되어 취했다. 아무리 자연에서 오래되었다 하여도 유물은 유물일 뿐 수석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유물에 비해 돌이라 친근감이 있다.

과거 철이 있기 전 인류는 돌을 갈아서 칼처럼 사용하였다. 도구는 잘 사용하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면 흉기가 될 수 있다. 도구는 유용함과 해로움이 공존하는 양날의 칼이다. 그래서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유용한 도구가 되기도 하고 무서운 흉기가 될 수도 있다.

현대는 인터넷 시대다. 수석취미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어야 하기 때문에 수석인들은 다른 동호인들에 비해 나이가 많은 편이다. 그럼에도, 인터넷의 보급이 전 연령층으로 확산한 요즈음 수석계도 인터넷이 많이 보급되어 사이버를 통하여 활발하게 정보를 교환한다. 연세가 높으신 분은 젊은 사람들만큼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못하지만,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들어가서 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다.

탐석과 전시회 등 현장 활동이 필요한 때를 제외하고는 시간과 지역을 초월하여 사이버상에서 전국의 석우와 교류하며 필요한 정보를 손쉽게 주고받는다. 참 편한 세상이다. 그런데 사이버 수석 또한 장단점이 있다. 이 역시 양날의 칼처럼 유용함과 해로움이 공존한다. 그래서 조심해서 사용해야 하지만 우리는 이를 쉽게 망각한다.

인터넷 유용하고 편한 대신에 글을 써서 남길 때에는 특히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말과 글은 그 영향력에서 엄청나게 큰 차이를 가져온다. 더구나 인터넷상의 글은 누구나 볼 수 있다. 칭찬하는 글은 문제가 거의 없지만, 반론을 제기하거나 비난하는 글은 대단히 큰 후폭풍을 동반한다.

잘못하면 큰 다툼이 생길 수 있다.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때 상대방의 기분이 언짢아 화를 내면 잘못했을 때 바로 사과하여 나쁜 상황을 수습할 수 있다. 또 당시 논쟁의 내용을 대화한 당사자만 알고 있기 때문에 사과도 쉽게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글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할 때보다 그 폭발력이 몇십 배, 몇백 배로 커진다.

사이버상에서 다투는 글은 오랫동안 기록으로 남고 또 모든 사람이 다 보고 알게 되어 자신의 부끄러운 일이 실시간으로 온 사방에 알려진다. 또 논쟁의 글들은 복사 복제되어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다른 사이트로 퍼 날라져 수습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이 피해를 봤다고 생각되면 분노하게 되고 심지어 충격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기도 한다. 잘 타협이 안 되고 격화되면 사이버 논쟁이 법정 싸움으로까지 비화한다. 그래서 사전에 조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상대가 보이지 않는다고 아무렇게 쓰면 안 된다. 마주 보며 둘이서 말을 할 때보다 조심하며 부드럽게 글을 써야 한다.

아무리 손아랫사람이어도 인터넷상에서의 비난은 금물이다. 필자는 1999년 10월 15일부터 사이트를 운영하며 사이버상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악풀에 시달리며 명예를 크게 실추당했다고 생각하며 분노하기도 하고 자신이 관리하는 사이트임에도 한동안 들어가지 못하고 배회하기도 하였다.

또 거친 투쟁적 카페 운영도 해보면서 밤늦도록 악풀러들과 치열하게 싸워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지나고 나면 다 부질없음을 느낀다. 올바른 일이 아니라는 회한이 자꾸 든다. 제삼자(구경꾼)는 재미있다고 하는데 잘했건 못했건 부끄럽게 자신의 치부만 드러날 뿐이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서로 조심해야 할 사항들을 언급해 본다.

 


영흥도 돌밭
 

연장자 대우

수석을 오래 한 것과 수석의 전문지식을 많이 아는 것과는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 수석은 탐석활동과 전시회 참여 등 수석활동을 활발하게 한 수석인이 많이 안다고 한다. 수석계에서는 수석을 오래 하시고 수석계에서도 활동을 많이 하시는 연세 높으신 분들은 원로로 대접해 드리고 있다. 이런 분들은 이름도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인터넷상에서도 원로로 대접해 드리면 된다.

그런데 수석을 아무리 오래 하여도 활동하지 않으면 수석에 대한 전문지식은 정체된다. 또 은퇴하시어 취미로 수석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계시다. 이런 분들은 수석 원로 분들과 친구 분이거나 연세가 비슷하여 함께 다니시기도 하지만 수석계의 원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유교문화권에 있고 동방예의지국이다. 연장자를 깍듯이 대해야 한다.

수석계 원로 분은 수석 원로로서 일반 연장자분은 어른으로서 대우해 드리면 된다. 일반 연장자분은 나이 많은 어른으로 대우를 받지만, 수석을 많이 알고 있는 후배에게는 거꾸로 수석 선배로 대접을 해주시면 좋다. 그러면 마찰이 없다. 만사형통이다.

젊은 고참 수석인이 연장자임에도 수석에 대해 잘 모른다고 아무렇게나 대하거나 반대로 연장자이지만 젊은 수석 선배에게 나이 어리다고 수석에 대해서까지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간섭한다면 갈등이 생긴다. 수석 선배는 수석 선배로, 연장자는 연장자로 서로 대우를 한다면 원만한 관계가 유지될 것이다.


겸손하자

수석은 암석에서 떨어져 나온 돌과 관련이 많다. 암석은 지역적으로 많이 다르다. 우리가 지질학을 전공하지 않았다면 전국의 암석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산지마다 석질이 조금씩 다르다. 해당 산지의 수석을 알려면 3번쯤 탐석을 다녀야 돌밭 사정과 탐석해야 할 수석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한다.

돌밭에서는 수석이 잘 나오는 곳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몇 번 다니다 보면 어디서 잘 나오는지 파악이 된다. 그곳 산지에서는 어떤 수석이 귀하고 흔한지도 알게 된다. 그래야 해당 지역의 수석에 대해서 안다고 할 수 있다. 가보지 않고 말로만 듣고서는 알 수 없다. 연출된 수석만 보고서는 알 수 없다.

인근에 좋은 수석 산지가 있으면 그곳으로만 탐석을 다녀 다른 곳의 수석은 잘 모를 수 있다. 수도권은 가까운 곳에 좋은 수석 산지가 없어 전국을 다니게 되는데 그래도 다 다닐 수 없어 자신이 가본 산지만 알게 된다. 인생에서 죽을 때까지 배운다는 말이 있다. 산지가 광범위하게 전국적으로 분포하는 수석도 다양하여 거의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

웬만큼 열심히 해서는 전국 산지의 수석을 다 알지 못한다. 자신이 가보지 못한 산지에 대해서는 아무리 수석 경륜이 오래되었어도 잘 모른다고 겸손해야 한다. 이런 사정을 수석인들은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게 되면 오히려 빈축을 사게 된다.


수석인은 하나다

필자가 사이버 수석계 초창기 카페지기의 요청으로 다음 그린 수석카페에서 최초 주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을 때에 될 수 있으면 사이버상에서는 전국이 하나의 수석 동호회로 가려고 노력하였다. 지금은 다시 통합되었지만, 오프라인에서 수총과 애총으로 분회 되면서 상대방의 전시회에 왕래도 하지 않으며 갈등과 다툼만 있어서 사이버상에서는 애초부터 하나로 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처음 경주지역에 이어서 대구지역 사이버 수석인들이 떨어져 나가고 세월이 갈수록 아메바처럼 분리되어 나갔다. 처음에는 견제를 위해 왕래를 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수석 카페에서 운영자로 활동하지 않는 오늘 돌이켜보면 다 부질없는 일이다. 다 같은 취미 활동을 다루는 수석카페다. 대한민국은 좁다. 같은 취미 활동을 하다 보면 언젠가는 서로 만난다.

수석인들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반갑다. 우리 모두 한 식구다. 따로따로 놀 필요가 없다. 가능한 조직을 분리하지 말자. 다툴 일이 있다 하여도 취미분야인데 심각해 봤자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조금씩 양보하면 다 이해가 되는 정도다. 그리고 카페관리가 쉽지 않다. 새로 힘들게 만들지 말고 가능한 한 함께 가자.

만약 불가피하게 분리되었어도 초기에는 앙금이 있겠지만 되도록 이른 시일에 화해하여 왕래할 것을 권한다. 우리는 돌밭에서나 전시장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언제까지 외면할 것인가? 그리고 외면할 필요가 무엇이 있나? 상대에게 사소한 일로 상처를 준 일이 있다면 가능한 용서를 청하고 화해하자. 그리고 방법이 있다면 다시 합치자.


석평은 신중하게

사이버 수석에서 가장 예민한 것 중의 하나가 석평이다. 소장자가 말은 솔직한 평을 듣고 싶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부족한 점을 지적하면 상처를 받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였다. 그것이 글의 예민성이다. 직접 만나서 수석을 보고 선배가 부족한 점을 설명해주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인터넷상에서는 그것이 잘되지 않는다.

노골적으로 불만을 토로하거나 기분이 나빠 조용히 카페를 탈퇴하거나 활동을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햇돌 자랑란의 댓글을 보면 보통 좋게만 쓴다. 뜻있는 수석인은 선배들이 좋게만 말해서 초보 때 수석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여 고민석만 양산하였다고 불평을 토로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전체적으로는 후유증이 적다.

그래도 아닌 수석을 어떻게 좋다고만 할 수 있느냐고 항변할 수 있다. 그럴 때에는 좋은 점만 말해준다. 아무리 초보자라도 어떤 점이 좋아서 탐석하였을 것이다. 그 점이 좋다고 말해주면 된다. 아니면 몇 가지 단계로 자신의 반응(리액션)을 설정하여 보여준다.

1. 정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답글을 달지 않는다.
2. 약간 마음에 들면 좋은 점만 이야기한다. 석질(모암 또는 문양)이 좋네요.
3. 제대로 된 수석을 올렸을 때에는 한 건 하셨네요. 축하합니다.
4. 전시석 수준이면 와우 멋집니다. 전시회 출품해도 되겠네요.
5. 명석이면 와 대단합니다. 명석입니다. 축하 축하합니다.

항상 위와 같이할 수 없고 때에 따라 달라지지만 석평에 대해 좋게 이야기하되 나름대로 반응을 달리하면 좋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이 객관적인 사실을 기분 나쁘지 않게 전하는 것이다. 좋은 점을 많이 나열하고 단점을 말하며 그것만 좋다면 완전한 명석이라고 한다면 기분 나쁘지 않게 받아들이게 된다.


시시비비를 가리지 말자

수석은 취미로 하는 것이다. 살아가다 보면 옳았던 것이 언제나 옳다고 할 수 없다. 진리도 시대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또 수석에도 유행이 있다. 과거에는 형보다 질 우선이었고 산수경석을 최고로 쳤다. 다음 산수경석에서 해석으로 요즈음은 문양석도 인기다. 취향에 따라 좋고 나쁨이 달라질 수 있다. 상대의 취향을 존중하자.

우리는 칭찬에 인색하다. 우리 모두 단점을 갖고 있다. 치명적인 잘못이 아니라면 조금씩 부족한 것은 이해하자. 자신의 자녀에게는 무한한 애정을 갖고 바라본다. 웬만한 잘못도 눈감아 준다. 그런 자세로 사이버상에서 석우를 대하자. 옳고 그름은 한끝 차이다.

또 인간의 한계로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논쟁하다 실수하면 망신만 당한다. 서로 생각의 차이를 따져 보았자 덕 될 것이 없다. 논란만 되고 마음만 상한다. 그렇게 해야 할 심각한 이유도 없다. 사이버 수석회 카페 운영상 필요한 최소한의 규칙만 설정하고 그 외에는 자유스럽고 즐겁게 서로 애정을 갖고 어울리면 나도 좋고 너도 좋고 모두에게 좋다.

 

석명: 돌고래, 크기: 12x10x6,  산지: 영흥도


수석인들은 말 없는 수석에서 인생을 배운다고 한다. 수석을 꽤 오래 하신 영월의 한 수석선배께서는 돌로 '石不能言 是我師' (석불능언 시아사: 수석은 말이 없어도 나의 스승이다) 라고 써 놓으시고 지금도 항상 겸손한 자세로 수석에서 배우신다고 한다. 한 석우는 수석카페 대문에 글을 써놓고 방문할 때마다 마음을 새롭게 하고 있다.

말 없는 수석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친다. 그것은 말을 적게 하라는 것이다. 가능한 말을 적게 하자. 칭찬은 많이 하고 비난은 가급적 하지 말자. 앞에 언급하였듯이 인터넷에서는 한번 잘못되면 나중 수습이 어렵다. 순식간에 대단한 폭발력으로 퍼지기 때문에 이를 수습하려면 잘못한 사람이 인터넷상에 여러 번 사과 글을 올리거나 직접 찾아가 만나 사과하거나 전화상으로 직접 사과해야 겨우 수습된다.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도 용기가 없으면 만인이 보는 인터넷상에서 자신의 잘못을 100% 시인하며 모두 잘못했다고 글을 올려놓기도 어렵다. 자신을 일부 변명하며 사과하게 되는데 격한 갈등의 상태에서 이것은 역효과가 되어 기름에 불을 지르는 격이 된다. 그래서 사이버상에서 갈등 해소가 어렵다.

인터넷은 또 특이하여 일반인보다는 공인이, 비 유명인보다는 유명인이, 나이 적은 사람보다는 많은 사람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우리가 인터넷상에서 경직되지 않게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요구하지만, 타인을 비방할 때는 위와 같은 이유로 정말 여러 번 생각해야 한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면 인터넷상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직접 만나서 해결하는 것이 백배 천배 낫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도 사이버 수석을 초창기 때부터 하여 사이버상에서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경험도 많이 하고 가슴에 상처를 받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제는 물론 당사자와 직접 만나 화해도 하고 가까운 석우로 사귀고 있지만, 당시에는 단지 취미로 인한 것 때문에 자신의 평생 명예가 실추되는 것 같아 무척 괴로웠던 적이 있었다.

한때 수석도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가 나왔다. 수석도 어렵게 풀지 않아도 '石不能言 是我師' 이곳에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말 없는 수석에 우리의 마음을 맞추듯이 어차피 개인적으로 다 알지 못하는 변변치 못한 수석 지식, 말을 적게 하고 석우에 맞추어 함께 즐긴다면 그것이 수석도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석명: 양날의 칼, 크기: 7x12x3, 산지: 영흥도


 

* 월간 수석의미 2010년 8월호 기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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