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남북 외교

남북 군사회담에 즈음하여

정의&자유 2011. 1. 22. 17:29

 


◎ 남북 군사회담에 즈음하여

2011.1.22.  

 

 

   북한은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남북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 이래 계속해서 여러 채널을 통해 파상 공세로 대화 제의를 해오고 있다. 이에 남한은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아무 일 없었던 듯 대화에 나설 수 없다며 북한은 대화 제의에 앞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래서 먼저 천안함, 연평도, 북핵문제 관련 회의를 하자고 제안하였다.

그러나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사설 등을 통해 남한 측 제안에 대한 언급 없이 남북대화를 통한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자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남한 측 종교계·사회단체들에 제삼국에서의 접촉 및 공동행사를 제안하는 등 전방위 대화공세를 펼치며 남남갈등을 유도하였다.

그런데 미
·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관련 내용으로 '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와 '진정성 있고 건설적인 남북 대화가 필수적'이라는 공동성명이 나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북한은 8시간 만인 20일 오전 한국에 '군사적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군사회담을 열자'라는 전통문을 보내왔다. 고 언론은 전한다.

이에 정부는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는 미흡하지만 미
·중 정상회담에서 남북대화를 촉구한 상태에서 북한의 대화공세를 마냥 외면하기도 부담스러워 북한 제의를 수용하고 대신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예비회담을 다음 주 중반쯤 북측에 제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예비회담 장소는 다음 달 중순 판문점이 유력하다고 한다.

지금 국제적인 분위기는 북한과 중국뿐만 아니고 미국도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언뜻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대화가 가장 좋은 방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간 북한의 수차례에 걸친 순차적인 긴장조성과 평화공세를 쭉 지켜보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아무도 북한의 진정성을 믿지 않는다. 북한은 그간의 주장을 반복하며 한국과 대화 형식만 갖추고는 이런 대화국면을 계기로 미국과 대화를 시도하고 한국에는 지원만 요청할지 모른다. 그런 회담은 우리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쓸모도 없다.

이에 우리는 회담에 앞서 북한의 상투적인 전술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에 몇 가지 주문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정부는 제삼자가 아닌 전사자(사망자) 가족의 피 끓는 울분으로 회담에 임해야 한다. 국제적인 분위기에 휩싸여서 회담에 나서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임기 중에 무언가 하나 성사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피해자다. 우리의 요구사항을 분명히 하고 이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더는 회담을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둘째 본격 회담에 앞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피해자 가족과 대한민국 국민이 납득할만한 북한의 조치가 따라야 한다. 그간 북한의 주장이 어떠하든 간에 우리는 많은 전사자가 발생하였다. 북한의 솔직한 사과와 재발방지 그리고 책임자 처벌이 따라야 한다. 천안함은 남한 정부의 조작이라거나 연평도 포격은 NLL의 문제고 거기서 남한이 훈련한 것이 문제라며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다고 또 주장한다면 그런 회담을 굳이 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북한이 수없이 훈련하였어도 도발하지 않았다. 또 방어적인 훈련까지 공격하며 간섭하는 것은 한국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다. 그리고 NLL은 휴전 후 여태까지 문제없던 NLL이 왜 갑자기 문제가 되는가? NLL은 남북 긴장이 완화되어 평화 정착이 되거나 통일이 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 와서 NLL을 무력화시키려 한다면 남북 긴장만 고조될 것이다. 북은 남북휴전 당시(53.7.27)의 조건을 준수해야 한다.

셋째 북한의 핵 포기 선언이 있어야 한다. 둘째 사항이 충족되고 남북 간 대화가 시작되어도 한국이 북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제한적이다. 북한이 원하는 관광재개, 무역재개, 개성공단 확대 등 경제협력 확대는 UN 제재에 의거 힘들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남북 경협을 확대하고 싶다면 북한이 핵 폐기를 선언하며 남한이 융통성 있게 움직일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규제 상태가 한국 정부에 매우 나쁜 것은 아니다. 좌파정부 햇볕정책 시절에는 정상 간에 회담과 남북교류가 활발해 보인 듯하지만, 외화내빈으로 겉으로만 화려해 보이고 북한의 핵개발과 연평해전 발발을 막지 못하고 북한의 군사력만 증대시키며 남북 평화가 퇴보된 아주 실속 없는 때였다.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상을 받은 것 외에는 실속이 없다.

그에 비해 지금은 남북교류가 경색되어 보이지만 좌파정부 시절보다 나쁘지 않다고 본다. 즉 외빈내화다. 겉으로는 아무 실적이 없어 보이지만 북한을 경제적으로 압박하여 핵개발을 지연시키고 군사력을 약화시키며 북한을 쩔쩔매게 하고 있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군사적인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조금만 더 참자. 지금 이런 상황이 관련국에는 어떨지 몰라도 한국 정부에 결코 나쁘다고 볼 수 없다. 중국이라는 구멍이 있지만 그래도 국제적 협력으로 다시 만들기 어려운 좋은 상황이다. 서둘 필요가 전혀 없다.

넷째 북한은 그간 제기하였던 모든 남북 군사적인 문제를 일거에 풀어놓으며 한국 정부에 개선하라고 윽박지를지도 모른다. 북한이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대북전단이나 확성기 등 심리전 문제부터 해서 한국 정부가 먼저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사항보다 많은 이슈를 제기하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며 회담 자체를 지루하게 끌고 갈 가능성도 있다. 당연히 긴장 완화 조치는 남북 갈등 위험이 없어져야 실현 가능하다.

 

앞의 선행 조건이 해결된 연후에나 긴장 완화를 위한 모든 남북 군사적 문제를 논의할 수 있으며 여기에는 국군포로, 납북가족, 장소나 시기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이산가족 면담 등 우리의 숙원도 함께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회담은 천안함, 연평도 사과 재발방지와 관련자 처벌 → 핵 폐기 선언과 추가 도발 금지 철저한 약속 → 긴장 완화 방안 협의 → 인도적 지원과 경협 확대 등의 순으로 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 중이다. 그러나 우익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좌익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결국 한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비전투적인 방법으로 평화를 구축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지루한 인내를 요구한다. 보수꼴통 종북좌파는 현 정부가 강경책을 쓰고 있다고 하는데 강경책은 선제공격이거나 받은 만큼 되돌려 주는 이스라엘 방식이다. 현 정부가 펼치고 있는 남북 정책은 선물 주는 햇볕 정책과 공격하는 군사 정책의 중간인 규제 정책이다. 엄밀히 비전투적인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잘못하면 규제정책이 와해하기 쉽다. 국민이 똘똘 뭉쳐 인내하며 기다리자. 남북평화 구축과 통일의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