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 사회에 10억 벌기 열풍이 불었었다. '10억 벌기', '맞벌이 부부 10년 안에 10억 벌기' 등 각양 각색의 책들도 쏟아져 나와서 그 동안 선량하게 살았던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이제 1억이 우습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그 십분의 일인 천만원이 없어서 대출을 받거나 빛을 얻기 위해 동분서주 애를 태우는 사람들을 보면 천만원이라는 돈도 무척 큰 돈이다. 단순 계산해서 월 100만원씩 10년을 모아야 1억 2천이 된다. 정기적금으로 매월 100만원씩 적립하여 10억을 만들려면 복리 월0.5%(연6%)인 경우 359개월(약 30년)후 10억 4백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이다. 30년이면 강산이 세 번 변해야 한다. 이것도 이자율이 낮아지면 더 오래 걸린다. 청년백수에 사오정(45세 정년)인 시대에 20년 직장생활하기도 어려우니 10억 모으기는 정말 꿈같은 이야기다. 10억 만들기가 물질만능주의 시대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최근 모 일간지에 보니 노후대비로 4억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도시 가구는 생활비로 월 평균 154만원을 썼다고 한다. 이정도의 생활비를 기준으로 하면 40세 동갑내기 부부가 60세 은퇴하여 살아갈 경우 노후생활자금은 은퇴당시 돈으로 4억 1457만원이라고 한다.
매월 국민연금 50만원, 부부 평균수명 남편 75세, 아내 82세, 물가상승률 3%, 평균 재산 수익률 5%로 가정한 계산 결과치다. 즉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평범한 노후를 보낸다면 4억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혹시 다른 사람들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노후대비로 10억을 생각하셨던 분들! 자 이제 10억의 열풍에서 허황되게 들뜬 마음 차분히 가라 앉히시고 목표를 4억으로 하향 조정하시기 바란다. 물론 다다익선 많을수록 좋겠지만 보통 사람들은 능력이 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된다 해도 너무 목표치를 높게 잡으면 힘들고 어지러워서 인생이 고통스러워진다.
명심보감에 '知足可樂(지족가락)이오 務貪즉憂(무탐즉우)니라' 하였다. 즉 '만족할 줄 알면 가히 즐겁고 탐욕에 힘쓰면 근심이 된다' 하였으니 마음을 비우고 매사에 만족할 줄 알면 부족하여도 즐겁고 만족할 줄 모르면 풍족하여도 또 다른 욕심으로 항상 근심 걱정이 따른다.
젊어서 열심히 일한 우리 노후에 건강하게 마음을 비우고 물질적으로는 조금 부족하여도 그 동안 시간이 없어서 빡빡하였던 삶, 이제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하소 싶었던 취미생활 하면서 지내면 그것으로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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